셀프 재무자산 분석법
내 돈을 내가 모르고 산다는 건, 이제 그만
많은 사람들이 매달 열심히 돈을 벌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매달 어디로 얼마나 지출되는지 명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30대 중반 이상의 직장인조차도 "내 순자산이 얼마인지 정확히 모른다"고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물론 전문가인 파이낸셜 플래너(FP)에게 자산관리를 맡기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비용 문제와 신뢰 문제로 인해 쉽게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자산현황을 분석하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재무 구조와 자산의 흐름을 이해하고 몇 가지 도구를 활용하면, 누구나 스스로 **'셀프 자산현황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직접 자산을 분석해보면, 현재 본인의 소비 패턴과 부채 상황을 직시할 수 있어 재정적 자립의 첫걸음을 떼는 계기가 됩니다.
이 글에서는 파이낸셜 플래너 없이도 실천 가능한 셀프 자산현황 분석법을 단계별로 안내드리겠습니다. 단순히 금액을 정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분석과 판단, 그리고 재정 개선 방향까지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 실용적인 방법으로 구성했습니다.
자산 파악의 첫 단계: 순자산(NET WORTH)을 계산
자산현황 분석의 첫걸음은 자신의 **순자산(Net Worth)**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순자산이란, 본인이 보유한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수한 '내 돈'입니다. 이를 계산하려면 자산과 부채를 각각 항목별로 나눠 정리해야 합니다.
💰 자산 항목 예시
- 보통예금, 적금, 정기예금
- 주식, 채권, 펀드, ETF 등 금융자산
- 퇴직연금, 연금저축, IRP 등 장기금융자산
- 부동산(시세 기준)
- 차량(감가상각 반영)
-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변동성 감안해 70%만 반영 권장)
💸 부채 항목 예시
- 주택담보대출
- 전세자금대출
- 신용대출
- 카드할부 및 미결제금액
- 가족·지인 차용금
이 모든 자산과 부채를 정리한 뒤,
총자산 – 총부채 = 순자산 공식에 따라 계산해보세요.
예를 들어, 자산이 1억 5천만 원이고, 부채가 5천만 원이면 순자산은 1억 원입니다.
📌 팁:
엑셀이나 구글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해 항목별로 시트를 만들면, 나중에 월별 또는 분기별로 비교 분석이 훨씬 수월합니다.
월 단위 현금흐름 분석으로 ‘돈의 방향’을 파악
자산현황을 파악했다면, 그다음 단계는 월별 현금 흐름 분석입니다. 자산은 '정적 정보'라면, 현금 흐름은 '동적 정보'로, 매달 어떤 항목에서 돈이 들어오고 빠져나가는지를 추적해야 재정 건전성을 알 수 있습니다.
✅ 수입 항목
- 급여
- 상여금, 인센티브
- 프리랜서 수입
- 기타 소득 (이자, 배당, 중고거래 수익 등)
✅ 지출 항목
- 고정지출: 월세, 관리비, 통신비, 보험료, 구독료 등
- 변동지출: 식비, 교통비, 쇼핑, 여행 등
- 비정기지출: 병원비, 자동차수리비, 선물, 경조사 등
이렇게 항목별로 정리하면, ‘지출이 수입을 얼마나 압도하는지’, ‘불필요한 지출이 어디에 있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특히 비정기지출 항목을 연평균으로 나눠 월평균 비용으로 환산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이번 달은 갑자기 돈이 나갔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연례행사인 경우가 많습니다.
📌 팁:
요즘은 [뱅크샐러드], [토스], [카카오페이 자산관리] 같은 무료 앱도 유용합니다. 단, 자동화된 도구만 의존하지 말고 3개월에 한 번 정도는 직접 정리하며 체감을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자산 구조 분석: ‘내 돈’이 어디에 몰려 있는지 확인
자산이 있어도 그 구조에 따라 안정성이나 유동성이 크게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총자산 1억 원 중 90%가 전세보증금이라면 실질적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자산 구조를 파악할 때는 다음 3가지 기준으로 점검하셔야 합니다:
① 유동성 (Liquidity)
- 예금, CMA, 현금성 자산 등 당장 쓸 수 있는 자금
- 최소 10~20%는 고정 지출을 위한 유동성 확보 권장
② 수익성 (Profitability)
- 주식, 펀드, 부동산 등 미래 수익을 위한 자산
- 수익성과 변동성은 비례하므로 투자 비중은 본인의 투자성향에 맞게 조정
③ 안정성 (Stability)
- 예금자 보호 대상 자산, 연금, 보험 등
- 장기적인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안전자산 확보가 필요
이 세 가지 요소의 균형이 잘 맞는 자산 구조가 재무적으로 가장 건강합니다. 한쪽에 과도하게 치우친 구조는 위기 상황에 취약하므로, 균형을 조정하는 것이 자산관리의 핵심입니다.
📌 체크포인트:
혹시 자동차가 자산의 30% 이상을 차지하진 않나요? 감가상각 자산은 자산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자산 구성 비중 조정이 필요합니다.
셀프 분석 후 실행계획 세우기: 숫자에서 행동으로
자산현황을 분석했다면, 이제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실행계획을 세우는 단계입니다. 많은 분들이 여기에서 멈춰버리곤 하는데, 자산관리는 결국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 실천계획 예시
- 매달 고정지출 중 ○○ 비용을 10% 줄이기
-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예비자금 300만 원 CMA에 예치하기
- 6개월간 순자산 증가 목표를 200만 원으로 설정하기
- 필요 없는 보험 정리 후 월 5만 원 절약하기
이런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엑셀 시트나 앱을 통해 월별로 체크해 보세요. 목표는 현실적일수록 좋으며, 완벽하지 않아도 꾸준함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한 1년에 두 번 정도는 셀프 자산리포트를 작성해보는 습관을 들이시면 재무적 자기관리 능력이 크게 향상됩니다.
📌 셀프 자산리포트에 포함할 것
- 순자산 변화
- 총 지출 대비 수입 비율
- 부채 비중 및 상환 속도
- 자산 구조의 변화 추이
- 비상금 현황
이런 리포트는 꼭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돈에 책임을 지는 유일한 문서입니다. 단 한 장의 리포트라도 스스로 정리해보면, 다음 재무결정을 내릴 때 훨씬 더 똑똑하고 자신감 있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보다 중요한 건, '자기이해'
자산현황을 분석하는 일은 단지 숫자를 정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돈의 흐름 속에서 가치 있는 소비와 불필요한 소비를 구분하는 눈을 키우는 과정입니다.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고, 따라서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능한 재무 코치도 바로 자신입니다.
파이낸셜 플래너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오늘, 내 통장을 열고, 내 자산의 실체를 들여다보세요.
지금 그 행동이 5년 후, 10년 후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변화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