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급은 달콤하지만 현실은 쓰다
20대 사회초년생에게 첫 월급은 단순한 ‘돈’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내 힘으로 번 돈이라는 성취감, 가족과 친구에게 베풀 수 있다는 뿌듯함, 그리고 오래도록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자유까지. 나 역시 그랬다. 첫 월급이 들어온 날, 스마트폰으로 급여 입금 알림을 보며 왠지 모르게 어른이 된 느낌이 들었다. 주변 친구들도 비슷했다. "첫 월급 탔다!"며 SNS에 올리고, 비싼 저녁을 먹으며 기념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많은 사회초년생들이 첫 월급을 '기념'하느라 재무관리는 뒷전으로 미뤘다는 공통된 후회를 하고 있었다.
특히 경제교육을 받지 못한 채 사회로 나온 사람들에게 '월급 관리'는 너무 추상적이고 막막한 개념이었다. 학교에서 가계부 쓰는 법을 배운 적도 없었고, 부모님도 뚜렷한 재무 습관을 보여주시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첫 월급을 받은 지 단 5일 만에 통장 잔액이 10만 원 이하로 떨어지는 충격을 경험했다. 내가 돈을 모르는 상태에서 ‘벌기만 하면 괜찮다’는 착각에 빠졌다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 글은 그 후의 나의 변화 과정을 솔직하게 담은 기록이다. 재무관리를 시작하려는 사회초년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실패담부터 시작해보겠다.
월급을 탕진했던 나의 첫 달
내 첫 월급은 세후 225만 원이었다. 적지는 않았고, 당장 부담해야 할 고정지출도 없었다. 그래서 더 경계심이 없었다. 첫 월급날 나는 동기들과 고급 이자카야에서 1인당 5만 원이 넘는 회식을 했다. '오늘만이니까'라는 핑계로 결제 버튼을 눌렀다. 다음 날엔 옷을 샀고, 그 주 주말엔 가족에게 선물한다며 백화점에서 30만 원짜리 화장품 세트를 샀다. 이 모든 소비가 계획 없는 지출이었다.
내가 그때 범한 가장 큰 실수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예산 없이 소비했다는 점이다. 처음으로 버는 돈이라 감정적으로 휘둘린 것도 있지만, 어디에 얼마나 써야 하는지 전혀 개념이 없었다. 특히 '남들도 다 이렇게 한다'는 착각이 위험했다. SNS에서 친구들이 올리는 첫 월급 선물 인증샷, 부모님 외식 장면 등은 나에게도 무언의 압박으로 다가왔다.
더욱 심각했던 건, 지출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는 돈을 '쓸 때만' 인식했고, 사용처는 기억에만 의존했다. 한 달이 지나고 나니 대체 어디에 그렇게 많은 돈을 썼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통장을 보니 남은 잔고는 12만 원. 남은 3주를 살기 위해 친구에게 돈을 빌리고, 식비는 거의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정작 첫 월급이 내 삶의 질을 높여주기는커녕, 스트레스를 안겨줬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했다. 이 경험이 내 인생에서 재무관리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자각하게 만든 계기였다.
재무관리에 눈을 뜨다: 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는 것
첫 월급을 망친 나는 다음 달부터 돈을 ‘설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첫 단계는 ‘통장 쪼개기’였다. 월급이 들어오는 주계좌 외에 3개의 서브 계좌를 만들었다. 생활비 계좌, 저축용 계좌, 비상금 계좌. 급여일이 되면 자동이체로 일정 금액을 각 계좌에 분산시켰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생활비 계좌 외 통장은 카드 연동 금지’였다.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돈을 줄여야 지출을 조절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가계부 앱을 통한 지출 추적이었다. ‘편한가계부’라는 앱을 사용했고, 모든 소비를 기록했다. 처음에는 귀찮았지만, 일주일만 지나도 나의 소비 패턴이 뚜렷하게 보였다. 예를 들어 나는 수요일마다 편의점에서 간식을 샀고, 금요일 밤마다 택시를 탔다. 소비에는 ‘패턴’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이 패턴을 인식하면 조절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불필요한 고정지출’을 파악해 끊은 것도 많았다. 사용하지 않는 OTT 구독, 자동결제 앱, 비효율적인 데이터 요금제 등 매달 새어 나가는 돈들을 정리해나갔다.
세 번째는 소비의 우선순위 정하기였다. '꼭 필요한 소비', '삶의 질을 높이는 소비', '순간적인 충동'으로 항목을 나눴고, 그 중 3번은 아예 지출을 0으로 만들었다. 이 단순한 규칙 하나로 카드 사용량이 40% 줄었다. 이후 나는 책에서 배운 ‘50:30:20 법칙’을 적용해봤다. 월급의 50%는 필수 지출, 30%는 자기계발·취미, 20%는 저축. 이 공식은 꽤 현실적이었고, 처음 재무관리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입문용으로 좋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의식적인 소비’였다. 같은 금액을 써도 어떤 마음으로 쓰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달랐다. 커피 한 잔을 사더라도 ‘기분 전환용’이라고 의도하고 마시면 후회하지 않게 된다. 반대로 아무 생각 없이 썼던 지출은 대부분 후회로 남았다. 돈을 쓴다는 건 결국 선택이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재무관리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나만의 월급 루틴 정립과 삶의 변화
지금 나는 매달 1일을 ‘재무관리 데이’로 정해두고 있다. 이 날은 지난 한 달간의 지출을 정리하고, 다가오는 한 달의 예산을 미리 짠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습관 하나가 내 삶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월급 루틴은 아래와 같이 정리되어 있다.
- 월급일 +1일: 급여 수령 → 자동이체 (저축 40%, 비상금 10%, 생활비 50%)
- 생활비 계좌 기준 지출 한도 설정: 식비 20만 원, 교통비 8만 원, 자기계발 5만 원, 여유비 5만 원
- 매주 일요일: 가계부 정산 + 다음 주 소비 계획
- 매달 1일: 총 지출 분석, 카드 사용 확인, 구독서비스 점검
이런 시스템을 유지한 지 6개월이 되었고, 현재 비상금 통장에는 120만 원, 저축 통장에는 240만 원이 쌓여 있다. 가끔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겨도 당황하지 않는다. 처음엔 숫자를 늘리는 게 목표였지만, 지금은 돈에 대한 ‘심리적 안정감’이 생긴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재무관리는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삶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나는 이제 돈이 있을 때도 조심스럽고, 없을 때도 불안하지 않다. 오히려 재무관리를 통해 소비에 대한 철학이 생겼고, 그것이 내 삶의 주도권을 가져다줬다고 느낀다. 앞으로는 투자 공부도 시작할 예정이다. 또래 친구들과 돈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언젠가는 이런 경험을 콘텐츠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재무관리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반드시 해야 하는 삶의 기술임을 나는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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